2007년 5월 22일 오늘의 아침편지 출력하기 글자확대
기쁨의 발견 생을 살면서,
물질적인 것이든 감정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영적인 것이든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뭔지 명확히 알고, 그것을 이루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궁극적으로 영원한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 로빈 샤르마의《나를 발견한 하룻밤 인생수업》중에서 -


* 기쁨의 발견은
씨앗을 심는 데서 시작됩니다.
자기 마음밭에 좋은 생각, 좋은 목표를 심는 것이
장차 영원한 기쁨을 발견하게 해주는 출발점입니다.
그렇게 출발하면 작은 것에서도 큰 기쁨을 얻고,
고통 속에서도 기쁨을 발견합니다.
- 100일 기도 9일째 -

100일 기도를 드리는 기간 동안,
'3% 드림서포터즈'에 참여하면서 남겨주신 한 분 한 분의 글을
다시 보며, 감사와 더불어 그 분들의 건강과 꿈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제 기도 중에, 남겨주신 글들을 죽 읽다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 글이 있었습니다. 저를 울리고
감동케 한 이현정님의 글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 '이제야, 오늘에야 용기를 냅니다' -

드림서포터즈 참여자 이름(이메일)/ 이현정(clara---@)
월후원금액 / 20,000 원

남기는 말 :
드림 서포터즈... 어찌 보면 참 간단하게 생각하고
행할 일에 저는 개인적으로 혼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렇게 또 다시 이런 마음에 불을
지피는 일이 생각으로 하는 일이 아님을 느끼며 그냥 무작정
그때의 그 걸음처럼 걷기로 했습니다.

*****
대학생이었던 저는 그 당시 시험기간이라 도서관에서 늦게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늘 그랬듯이 2호선 잠실역에서 내려 18-1번 버스를
타기 위해 역 계단을 오르던 중이었어요. 계단 중간께 쯤에 다다를 무렵이면
습관처럼 주머니를 뒤져 어떤 날은 500원짜리 동전을 어떤 때는 1000원짜리
지폐를 꺼내 약간은 촌스러운 단맛을 내는 쥬시후레쉬나 스피아민트 껌과
바꿔 집어 들곤 했었습니다. 제게 껌을 내 주시던 그 할머니는 넓은
이마에 자글자글한 주름을 가진 제 외할머니와
참 많이 닮은 분 이셨어요.

이 정도만으로도 착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만심을 채우기에
충분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날은 좀 달랐습니다. 계단을 올라서던
제 눈에 들어온 건 그 할머니가 아니었고, 꼬질꼬질한 할머니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있던 한 남자아이의 등이었습니다. 이전에도 한 두 번은 본 것
같던 눈에 익은 뒷모습... 세상과 등지려고 맘먹은 듯한 그 아이의
등이... 그날따라 심상찮게 눈에 띄었습니다.

껌을 사드리려고 다가 설 수가 없었습니다.
왠지 모를 밀어내는 느낌을 받았는지, 괜히 혼자서 미안해져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마저 걸어 올라가 지하도 입구 근처에서
생각에 없던 옥수수 2천원 어치를 사 무심코 가방에 담았습니다.

시계는 밤 10시를 조금 지나고 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강한 느낌으로 저는 그 자리에 껌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그 아이를 따라가 보고 싶었나 봅니다. 왠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얼마를 기다린 건지, 앉아 있던 할머니가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하셨고 아이가 그 뒤를 고개 숙인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둘은 손도 잡지 않고 갑니다. 아이의 엄마는 누굴까...
왜 이 시간에 저기에 엎드려 자는 걸까... 우는 걸까?

연달아 피어 오르는 물음표에 휩싸여 저는 그들을 따라
찻길을 건너고 70-1 이라고 써있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여기저기서
나던 쾌쾌한 땀냄새와 불쾌하게 맞대어지던 살의 감촉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버스가 저를(우리를) 내려놓은 곳이 성남 어디께 였나 봅니다.
할머니는 찻길 건너 모퉁이 약국으로 들어가셨고 아이는 밖에서 서성대고
있었습니다. 제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물었습니다. 나이가 몇인지, 이름이 뭔지, 그리고는 어찌 보면 철저히
무관심한 몸짓의 아이에게 어색한 손으로 까만 봉지를 내밀었습니다.
이거... 옥수수야... 좀 전에 산 건데.... 라는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의 눈이 지글지글 타는 것이 보였습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 아이가 말했습니다.
죽은 자기 엄마가 옥수수 장사였다고...
매일 저녁 팔다 남긴 쉰 옥수수를 먹으며 자란 자기는 옥수수는 죽어도
안 먹는다고 무섭게 말했습니다. 내민 손이 그렇게 부끄럽기는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제가 따라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다가 만다고. 거부하는 듯한 조소하는 듯한
그 아이의 목소리 때문이었나요, 차마 마주 보기 힘들던 눈빛
때문이었나요, 저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을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휘청거리듯 서 있었고 약국에서 나온
할머니를 따라 그 아이는 약국 모퉁이를 지나 골목길로 사라졌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집은 알아야지... 란 오기가 생긴 저는,
서둘러 뛰어 그들의 밤 그림자를 따랐고 그들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갓도 없이 전구만 달랑 매달린 비닐하우스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멀리서
보았습니다. 담요로 칸막이를 한 생전 처음 보는 사람 사는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뒤돌아 서는데, 갑자기 무섬증이 밀려왔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이 시간에 여기서 이러고 있나... 내가 미쳤나... 하는
소리가 절로 났습니다. 정말로 다행히도 내린 자리 반대편에서 같은 번호
버스를 잡아탄 저는 다시 잠실역 근처로 돌아올 수 있었고 그날은
평소보다 많이 늦은 시각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버튼 하나로 문이 스르륵 열리는, 13층까지 친절하게 나를 데려다 주는
평소의 그 엘리베이터가 그날 밤엔 유난히 낯설었고 현관문을 여니 갑자기
궁전처럼 환해 보이는 내 집이 조금은 어색해 보였습니다. 그다지 넓은 집도
아니었건만. 그 아이보다 몇 살 더 많았던 남동생은 왕자처럼 제 방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었고 맞은 편 방에 계시던 제 아빠는 (딸이 늦게 귀가하면
늘 그러셨듯이) 호랑이 얼굴을 해가지고 방에서 나오시고 계셨습니다.

늦은 시각, 거실에 둘러앉아 사과를 집어 드는 식구들에게
대화를 청했습니다.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는데, 우리가 그들을
도울 방법이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용인에 사시던 친할머니댁으로부터 매 주말마다 고구마며 토마토며
잔뜩 실어오는 저희는 그걸 다 못 먹어서 어쩔 때는 못 먹게되어 버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여기저기 나눠주기도 했었습니다. 용인서 서울로 오는 길에
성남에 들러(어차피 지나는 길이니까..) 매주 그것들을 그들에게
조금씩 가져다 주면 어떻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정말로...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다리가 꺽이는 순간이었습니다.

학생이 돼가지고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쓸데없는 생각에
시간을 허비한다고 쏟아지는 아빠의 잔소리... 얘는 원래부터 좀 엉뚱한
데가 있었다고 놀리는 듯 아빠를 거드는 (그래도 믿었던...)제 언니...
우스갯소리 정도로 여기며 여전히 제 할 일만 하던 무관심한 남동생...
묵묵히 듣기만 하시다가 마지막에 나지막이,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시던 제 엄마...

너무 너무나 너무도... 섭섭했습니다. 속상했습니다.
뭔가가(적어도 그 당시의 제게는 소중하고 중요하게 여겨지던 어떤 것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 아이처럼) 담을 쌓고
싶었습니다. 세상과... 그리고 가장 믿었던 가족들과...

바보천치에다가 쓸데없는 사람처럼 저를 보는 가족이 미워서,
너무 섭섭해져서, 그냥 제 방으로 튀어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는 척...
혼자 눈물 몇 방울 찍어내며 "도대체 뭐가 그리 어렵다는 거야!! 큰 돈 내주는
일도 아니면서!!!" 하고 중얼거렸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

이때의 사소한 경험이 저를 세상 속에서 제대로(?) 살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보소리 보다는 똑똑하단 소리가 더 듣기 좋았던 모양입니다.
남은 대학시절 내내 공부나 진로 이외에는 관심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안 다니던 새벽 영어반을 끊고, 구질구질한 마음 다시 안 가지려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아이에게 미안해서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아무런 약속도 한 건 없지만, 잠시 한때 품은 값싼 동정심으로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준건 아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는데... 나도
그 아이가 냉소하던 그 대부분의 사람들 중의 하나였어...
이런 생각을 내내 떨쳐내기가 힘들었습니다.

마음과 생각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
오히려 웃음만 사게 되니... 오히려 잘난 사람이 되어서.. 나이가 많이 들어서..
'때가 되면 하자'는 막연한 마음만 깊이에 심어 두고 살아왔는가 봅니다.

세월이 한참 흘렀습니다.
그냥... 세월을 한없이 흘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에게, 고도원님이 보였습니다.
어리둥절 황당했고, 눈물이 찔끔 났고, 손뼉을 치게 반가왔습니다.
그런 생각과 모습은... 철없던 그때의 저같이 부실한 사람이나 가져보는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른인 누군가가 그런 모습일수 있다는 사실에,
세상에 이런 일이...믿거나 말거나...혼자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작은 무언가가 세상을 아름다운 방향으로 바꾼다는 거,
당장은 대답이 들리지 않더라도 소리 없이 쉼 없이 그 길로 걸어가면
언젠가는 소통되는 그 날이 올 거 라는 거,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여럿이 모여야 한다는 거,  결국은 모두가... 세상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라는 거.

몸과 이름이 위대해지는 그날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모습이, 우리네 삶의 목적이, 그리고
그 목적을 넘어선 우리네 삶 그 자체가 위대해지는 꿈을 꾸는 것이
바로 그리도 목청 높여 이야기 하시는, '꿈너머 꿈' 이란 것을
떨리는 마음으로 어렴풋이 공감합니다.

고도원님의 그 진실된 마음이, 고도원님의 그 진실된 꿈이,
그 옛날 제가 혼자 만들었던 - 이불 뒤집어 쓰고 둘러쳤던 -
'벽'을 허물었습니다.

그 동안 누구에게 이야기 꺼내기에도 유치해 보이고 부끄러운 경험을
고도원님께서 끄집어 내시고 허물어 주시고 함께 걷는 길
제시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
이제서야... 오늘에야... 드림서포터즈의 일원이 되는
용기를 냄을 용서하세요. 연로하신 양가 부모님을 돕는 일이
우선이라 여겼던 좁은 생각을 꾸짖어 주세요.
빗장 풀고 훨훨 날게 하시는 고도원님,
고맙습니다.

작지만, 늘 힘을 보태드릴 것을 약속 드립니다.
아침편지 화이팅!!
---------
이현정님, 감사합니다.

♬ 오늘 아침편지 배경 음악은...
피아니스트 전수연의 '눈을 감고 잠시...'라는 곡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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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2일 보낸 편지입니다. 출력하기 글자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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